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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진은 아무래도 ISTP일 것 같다

이 글은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들으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작가는 이 책이 천천히 읽히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거의 하루 이틀 만에 다 읽었고 천천히 읽히기를 바란 책을 빠르게 읽어버린 셈이다. 이런점까지 모순같았다.


양귀자의 장편 소설 <모순>은 1998년에 나온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2026년에 읽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어릴 때 읽었다면 아마 안진진의 선택을 너무 쉽게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왜 저렇게까지 생각하지? 왜 저런 선택을 하지? 하고 말이다.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레 변해버린 요즘, 불안하고 당황스럽기만 한 시절에, 소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1998년에 쓰인 문장인데, 2026년에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읽어서 더 잘 와닿는 문장 같았다. 시대는 달라졌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자기 삶을 어떻게든 망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내 20대의 삶도 부모의 도움 없이 꽤 악착같이 살았다. 물론 안진진이 처한 상황처럼 극단적이진 않았다. 그때의 나는 빠른 시간 안에 내 삶을 바꾸고 싶었고 그러려면 그 시간을 다른 데 써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다. 회사 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했다. 남들이 20대에 흔히 하는 것들 술 마시고 게임하고 여행가고 별 의미 없이 노는 시간 같은 것들은 일부러 멀리했다. 그걸 싫어했다기보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내가 불안했던 것 같다.


안진진은 결혼으로 자기 삶의 부피를 키우려 했고 나는 성장으로 내 삶의 부피를 키우려 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그 안에 있던 조급함은 아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안진진은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장만 보면 조금 체념처럼 느껴지는데 인생은 결국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며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책의 끝에 가면 그녀는 그 말을 다시 고쳤다. 인생은 계속 선택을 반복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을 견딜 수 있었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는 말로 이해했다.


30대인 지금의 나도 그렇다. 20대의 내가 꽤 열심히 살았고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안에는 불안과 조급함이 있었다. 1~2년 안에 인생을 바꾸려고 했으니 대부분 실패하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회피하고 계산적이고 자기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누군가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자기 삶을 남에게 넘기지 않으려고 꽤 현실적인 방식으로 버티는 사람.

그래서 안진진은 아무래도 ISTP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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