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5일 맑음 벚꽃 만개

이 글은 Mitski의 〈Two Slow Dancers〉를 들으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이번 주에 클로드코드로 일기 자동화를 만들었어요. 텔레그램에 매일 일기를 키워드 단위로 기록하면 주간 에세이로 만들어주는.
다이어리에 직접 손으로 쓰다가 결국 이런 걸 만들었네요. 좋아하는 걸 더 잘 남기는 형태로 사용하는 거니까 억지스럽진 않았어요. 내 인생이 담긴 에세이 한 편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했는데, 그게 이렇게 시작되는 건지도 몰라요. 일상에서만큼은 AI를 벗어나 라디오도 켜고, 산책도 하고, 예쁜 카페도 찾아다니는데 집에 돌아오면 결국 새로운 AI 이야기를 찾고 있거든요. AI 얘기가 나오는 책이 더 잘 읽히기도 하고요.



『먼저온미래』에서는 "드물지만 상쾌한 몰입의 순간도 찾아온다"는 문장에 노란 하이라이트를 쳤고요. 소설가도 디자이너처럼 고민하고, 지치고, 잘 풀리면 짜릿하다고 했는데. 그 짜릿함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조카를 보고왔어요. 원래 울기만 하던 애가 이제 안겨서 가만히 있어주네요. 100일 정도 된 아가인데 벌써 8kg까지 증량을 했어요. 아 숙녀의 몸무게를 공개하면 안되는데 해버렸네요. 사진이 한 장 남아 있는데 가끔 꺼내봐요. 누나한테만큼은 보고 싶다는 말을 못 했어요. 괜한 자존심을 부리고 싶은거겠죠.


오랜만에 취업 준비를 하는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멘토링도 다음 주에 잡혔는데, 역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도 내 직업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는데, 간절한 사람들한테 내가 뭔가를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인지.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요. 그게 충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토요일에 벚꽃 보러 걸어가다가 김영삼 도서관으로 발길이 꺾였어요. 벚꽃은 진짜 예뻤고요. 작년 이맘때도 여기 왔던 것 같아요. 그때도 혼자 책 들고 와서 바람 쐬면서 읽었어요. 어떤 장소는 자꾸 찾아오게 돼요.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닌데. 아 맞다 목요일에는 디자인 챕터원들이랑 갑자기 모여서 치맥에 라면에 조개까지 먹었어요. 소주도 마셨고요. 누가 소주를 부으니까 다들 입꼬리가 올라왔고. 별거 없는 것 같은데 되게 재밌었어요. 인스타 친구도 했고요. 내가 쓰는 글이 그 사람들한테 닿을 수도 있겠다 싶으니까 쑥스럽네요.



일요일에 하프마라톤을 뛰었어요. 친구의 페이스 메이커로. 목표는 2시간이었는데 1분 44초 차이로 놓쳤어요. 근데 이번이 참여 한 대회 중 제일 좋았어요. 혼자 기록을 쫓을 때는 안 들리던 것들이 다 보이고 들렸거든요. 주로와 응원단의 응원 소리들요. 누군가를 위해 뛴 거라고 하기엔 나도 200% 즐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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