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2일 맑음 여름이 오나보다

이 글은 AKMU의 〈소문의 낙원〉을 들으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이번 주말에 코드잇 UI/UX 부트캠프 수강생들 대상으로 멘토링을 했어요. 수강생 분들 앞에서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3년 전쯤이었을까요. 브런치에 프로덕트 디자인 관련 글을 쓰다 보니 패스트캠퍼스, 코드잇 같은 에듀테크 플랫폼에서 연락이 왔어요. 현업 디자이너가 부트캠프 수강생들 멘토링을 해주는 거였죠. 꽤나 큰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는데 돈보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저도 대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디자인 학원을 통해 어렵게 취업을 한 케이스라 그분들의 심정을 잘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수강생 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셨고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었어요. 대충 헤아려보면 100명은 넘게 만난 것 같네요.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 글을 쓰며 궁금해지네요.


근데 멘토링을 하면 할수록 조심스러워져요. 무언가를 제시한다는 건 결국 내가 살아온 제한된 경험에 빗대어 말하는 거잖아요. 그게 결코 정답일 수는 없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답을 정해주는 말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했을 때 재미가 있는지 슬픈지 분노하는지. 어떤 칭찬이 듣기 좋은지 어떤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는지.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왜 되고 싶은지. 나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다소 철학적인 고민을 해보라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1-2년 안에 승부를 보려는 것보다 서두르지 않고 길게 보는 연습을 하라고. 대신 그때그때 최선은 다하라고요.


음. 이렇게 쓰고 보니 되게 교훈적이네요. 사실 저도 잘 몰라서 그런 추상적인 말밖에 할 수 없는 거예요.

특히 요즘 더요. AI의 발전으로 제 직업도 굉장한 혼란을 마주하고 있고, 저조차도 불안하고 고민이 많아요. 근데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는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니 되게 어렵고 부담되고 조심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좇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안내해야 하는 자리에서 '나도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게 겸손인지 무책임인지.


가끔씩 들어오는 교육 쪽 일감은 많이 내려놨어요. 개인의 이기심으로 돈만 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자극적인 요소로 설득하고 상품을 판매할 자신은 있거든요.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제 그릇이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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