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4일 맑음

이 글은 산울림의 〈아니 벌써〉를 들으면서 읽으면 좋습니다.


약 6년 전 금요일 밤마다 술집 거리를 걸었어요. 웃음소리, 노래, 잔 부딪히는 소리. 그 사이를 지나쳐 스터디 카페를 갔습니다. 그곳은 문을 열면 항상 조용했고요.

자리에 앉으면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변태스러울 수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뭔가 이긴 것 같은 쾌감이었어요. 밖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 밤을 마셨고, 나는 반대로 채웠다는.


매주 금요일 밤에 들어가 토요일 아침에 나왔어요. 그게 1년쯤 이어졌어요.
스터디 카페에서 나오면 술에 취해 바닥에 뻗어있는 사람들,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는 사람들. 그 사이를 거리를 쓸고 계신 분들이 보여요. 항상 자극을 받는 대상을 찾았던 것 같아요.


대학을 중간에 그만뒀거든요. 처음 들어간 회사는 작은 곳이었고요. 야망은 있었는데 내세울 게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 차이를 메워야 했어요. 남들이 쉬는 시간에 나는 채워야만 한다는 마음으로요.

한 영상을 봤어요. 1,2년 안에 인생을 바꾸려는 사람들은 다 실패한다고. 10년, 20년을 보라고. 지난 과거는 잊고, 오지 않을 미래는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충실하게 살라고.
그래서 길게 보는 연습을 시작했고 밤의 강박보다는 아침의 고요함을 공부하고 있어요. 퇴근 시간이 불규칙하니까, 운동을 아침으로 당겼어요. 어차피 금방 포기하겠지 했는데, 그게 8개월을 넘어가 1년을 바라보고 있네요.

아침은 고요한 매력이 있어요. 출근 길 지하철과 헬스장에 사람이 없어요. 회사도 텅 비어있어 집중도 잘 되고 그래서 몸도 마음도 상쾌해요.



요즘 많은 직업들이 AI에게 대체된다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게 남 얘기 같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러다 송길영의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을 읽었어요. "AI가 효율을 추구한다면, 인간은 충실함으로 본인의 존재 의미를 밝히게 됩니다. 섬세함은 그 자체가 상품이 되고 끊기지 않은 인연의 고리가 됩니다"라는 문장이 있었어요.


예쁘다는 감정이 왜 생기는지, 막상 설명하려 하면 말문이 막힐 때가 많거든요. AI는 학습된 데이터 중 가장 확률 높은 답을 골라요. 근데 예쁘다는 감각은 확률로 나오지 않아요. 왜 좋은지 설명하기도 어렵고요. 설명할 수 없는 걸 다루는 사람이 만든 것들이 사람을 붙잡는다는 말이니까요. 아 맞다. 저는 디지털 경험을 디자인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책 마지막 즈음에 이런 문장도 있었어요. "자유롭고 싶은 개인은 속박과 외로움을 상계하고 자신만의 비행을 시작합니다." 저또한 언젠가 자신만의 비행을 하고 싶네요.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Create a free website with Framer, the website builder loved by startups, designers and agenc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