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8일 날씨 맑지만 추움

포토샵으로 웹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툴을 잘 다루는 사람이 인정받았어요. 포트폴리오에 툴 숙련도를 그래프로 넣는 게 유행이었을 정도예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엔 진짜 그게 실력의 척도였어요.


그러다 스케치가 나왔어요. 또 피그마가 나왔고요. 툴이 바뀔 때마다 빠르게 익힌 사람이 앞서나갔어요. 회사 채용 공고 자격 요건에 Figma 사용 가능한 사람만이라고 적혀있을 정도로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툴이 쉬워지니까 툴 능력이 변별력을 잃었어요. 포토샵으로 하든 피그마로 하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랑 해결하는 논리는 수단이 달라도 결국 같은 거였어요.


본질만 남은 거죠. 물론 피그마로 넘어오면서 압도적으로 불필요한 시간이 줄었고, 그건 분명히 좋았어요. 다만 툴이 좋아진다고 디자인을 더 잘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요즘은 AI 얘기예요. 링크드인을 켜면 누군가는 Claude Code로 뭔가를 만들었다고 해요. 어, 나도 해봐야 하나. 그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요. 빠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지쳐서 떨어져 나가고, 그게 남 얘기 같지 않아서요.


옛날부터 불안해하고 걱정했던 인간이 살아남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넘어갈 때도 트렌드를 따라간 사람이 비교적 풍요롭게 살았고요. 물론 잘 사는 게 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요즘엔 그 말이 자꾸 걸려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흡수하고, 실무에 적용하고 있어요. 이전 글에도 썼지만 기술 발전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죠. 역설적이죠?
포토샵에서 피그마로 넘어갈 때는 그래도 툴이 바뀐다는 느낌이었어요. 같은 일을 더 빠르게 하는 수단의 문제였죠. 근데 AI는 수단의 교체 같지가 않아요. 뭔가 다른 차원의 것이 들어온 것 같은데,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시간이 지나면 AI도 보편화되어서 지금의 툴 변화처럼 변별력이 없어질지, 아니면 정말 전문 기술로 계속 남을지 확신할 수 없죠. 지금만 놓고 보면 감각 좋은 사람이 방법만 조금 알면 엄청나게 잘 쓰는 것 같거든요. 툴을 잘 다루는 게 아니라, 툴에게 뭘 시킬지 아는 감각이요. 근데 그 감각이 결국 본질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모르겠어요.
생각만 많아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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