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그리고 버티는 법

2023년 10월 3일

몸이 아팠고, 마음도 아팠다.


어느 날 퇴근 후, 답답한 기분을 견딜 수 없어서 밖으로 나갔다. 그냥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한강 공원의 낡은 벤치에 누웠다. 강물에서 올라오는 축축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어둠 속에서도 물결이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 다음 날도 나는 달렸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벤치에 누워있던 순간의 묘한 기분 좋음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처음에는 5분을 버티는 것도 힘들었다. 일주일 후에는 10분, 한 달 후에는 30분. 숫자는 천천히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는 걸 나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달리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머릿속에는 항상 걱정, 후회, 불안, 그런 것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뛸 때면, 그런 생각들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달리기를 통해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몸의 고통을 견디고, 마음의 무거움을 견디고, 그냥 하루하루를 견디는 법을.

마라톤을 나갈 정도의 대단한 훈련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라톤을 완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리기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져 갔다.


달리면서 나는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고통의 종류와 크기는 다르다는 것을. 회복 속도 또한 다르다는 것을. 그만큼 불행을 이겨내고 해결하는 방법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함부로 누군가의 고민과 고통에 대해 위로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불행하다는 생각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믿음으로, 나는 달리기를 통해 머릿속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 유독 쓸데없는 부정적인 생각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생각과 마음의 각도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고 싶었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담백하게 지나치고 싶었다.


달리기는 단순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되고, 힘들면 걸으면 되었다. 그저 한 발 다음에 다른 발을 내딛으면 되었다.


가끔 공원에서 나와 비슷하게 힘겹게 달리는 사람들을 본다. 숨을 헐떡이며,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는 사람들을. 그럴 때면 나는 마음속으로 말한다.


"나도 그거 아는데, 너도 그랬구나."

그냥 그뿐이다. 별다른 조언이나 위로는 없다. 다만 그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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